진실한 존재는 안과 겉으로 나뉘지 않는다
도마복음의 예수와 알베르 카뮈는 시대와 언어를 달리했지만 삶의 본질에 대해 같은 질문을 던졌다. “내면과 외면이 분리된 삶은 진실한가?” 이 글은 도마복음의 ‘겉과 안’이 상징하는 의미를 따라 존재의 정직함이란 무엇인지 탐색한다. 겉만 닦는 신앙, 안에만 갇힌 철학은 모두 빛을 드러내지 못한다. 진실한 존재는 나뉘지 않는다.

도마복음의 예수와 알베르 카뮈가 전하는 삶의 정직함
예수와 알베르 카뮈는 서로 다른 시대와 언어를 살았지만, 삶의 본질에 대해 같은 질문을 던졌다. 도마복음의 예수는 겉을 인간의 외적 태도, 형식, 역할로, 안을 내면의 진실성과 자각으로 상징한다. 그는 겉만 씻는 자를 꾸짖지만, 안만 닦고 드러내지 않는 자 역시 경고한다. 겉과 안은 나뉘어선 안되며 삶 전체가 진실해야 한다는 존재론적 메시지를 전한다.
이 사유는 알베르 카뮈의 철학과도 연결된다. 도마복음의 예수와 카뮈는 "내면과 외면이 분리된 삶은 진실한가?"라는 질문을 공유하며 존재의 정직함은 말과 삶, 생각과 행동이 하나로 일치되는 데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안을 닦는가, 겉을 닦는가: 예수의 질문
“어찌하여 너희는 잔의 겉만을 씻느냐? 안을 만드신 이가 또한 겉도 만드신 것을 알지 못하느냐?” <도마복음 89장 1절>
이 말은 예수가 제자들에게 건넨 짧고 날카로운 질문이다. 그는 겉만 꾸미는 삶을 꾸짖는다. 그러나 동시에 “안을 만드신 이가 겉도 만드셨다”고 말한다. 겉이 무가치하다는 게 아니라 겉과 안이 분리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다. 예수는 인간의 존재가 겉과 속, 행동과 마음이 조화롭게 일치할 때 진실해진다고 본다.
빛을 드러내야 살았던 삶
이 질문은 20세기 실존 철학자 알베르 카뮈가 평생 붙잡고 있던 주제와도 맞닿아 있다. 그는 <안과 겉(L’envers et l’endroit)> 이라는 제목의 수필집을 통해 우리에게 이렇게 고백한다.
“이 글들은 내가 빛을 만나기 전의 고백이다.”
카뮈에게 ‘안’은 어릴 적 가난과 침묵 속에서 형성된 감각과 기억이다. ‘겉’은 세상이 요구하는 태도, 형식, 말들이다. 그는 내면에만 머무는 진실을 경계했다. 진실한 내면이 있다면, 그것은 삶 속에서 증명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이 글들은 내가 빛을 만나기 전의 고백이다.” 같은 책에서 카뮈는 내면만으로는 삶이 완성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삶은 내면의 진실이 외면에서 증명될 때 비로소 ‘살았던 삶’이 된다. 이 철학은 도마복음이 말하는 ‘빛을 드러내라’는 요청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빛을 꺼내지 않으면 그것이 너를 죽인다
<도마복음 70장>은 이렇게 말한다. “너희 안에 있는 것을 밖으로 끌어내면, 그것이 너희를 구원할 것이다. 끌어내지 않으면, 그것이 너희를 죽일 것이다.”
이 구절은 단순히 종교적 교훈이 아니다. 내면에 있는 진실, 감각, 통찰, 사랑, 고백을 꺼내지 않고 가두면 그것은 생명이 아니라 침묵 속의 부패가 된다. 카뮈는 <반항하는 인간>에서 “삶과 사상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인간의 과제”라고 말한다. 그 역시 말과 실천이 일치하지 않으면, 그것은 거짓 삶이라고 본다. 도마복음과 카뮈는 모두 진실이란 드러나야 진실이라고 말하는 셈이다.
겉과 안, 무엇이 더 중요한가라는 질문은 틀렸다
우리는 종종 “진짜 마음만 좋으면 되지”라며 속만 챙기고 겉은 방치하거나 “보기 좋은 게 중요하지”라며 겉만 다듬고 속은 무시하곤 한다. 하지만 예수도, 카뮈도 그런 식의 나눔을 인정하지 않는다. 도마복음 89장은 겉만 씻는 것을 꾸짖으면서도 안과 겉 모두가 같은 창조 안에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당연히 예수는 겉을 부정하지 않는다. 겉만 씻는 것을 꾸짖을 뿐 안과 겉 둘 다를 하나의 생명으로 본다.
카뮈는 『안과 겉』에서 삶의 조건과 감각의 진실이 함께 어우러질 때 비로소 인간이 고백할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다고 고백한다. 예수는 “빛은 너희 안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빛이 말이나 생각 속에만 머물러 있다면, 그것은 구원이 아니라 죽음이다.
빛은 내면에만 있을 수 없다. 빛은 나를 거쳐 세상으로 가야 한다. 예수는 행동 없는 믿음을 비판하지 않는다. 존재 전체의 일치, 그것을 강조한다. 카뮈 역시 ‘내면이 참되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것이 세상 속에서 실천되고 증명될 때, 인간은 참된 자유를 얻는다. 그래서 예수와 카뮈, 이 둘은 다른 언어로 말하고 있지만 같은 진실을 이야기한다.
“너의 삶 전체가 너의 진실이 되어야 한다.”
“진실한 존재는 나뉘지 않는다.”
📚 참고 및 인용
- 도마복음 89장, 70장. The Gospel of Thomas, Nag Hammadi Library
- Albert Camus, L’envers et l’endroit, Gallimard, 1937
- Albert Camus, L’Homme révolté 반항하는 인간, 1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