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집사의 젊은 시절: 페니워스
DC 드라마 <페니워스: Pennyworth>는 영국식 냉소와 고구마 서사가 결합된 막장 프리퀄. 집사 이전 젊은 알프레드의 혼돈과 우울, 미친 전개, 런던 폭파 엔딩까지… DC의 우울하고 엉뚱하면서도 혼란스러운 정서는 다 갖춘 데다가 마지막 시즌을 정리도 하지 않고 없애버린, 괴작.

런던을 배경으로 ‘배트맨 집사의 젊은 시절’이라는 세상 쓸데없어 보이는 기획에서 출발한 페니워스(Pennyworth). 그런데 보노라면 알프레드 페니워스를 군인, 요원, 스파이, 바람둥이, 혁명가 아니면 영웅 도대체 뭐든 다 끼워 맞추는 바람에 캐릭터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다. 뭐야? 왜 이럼? 하는 혼란스러움이 가득한 드라마 시리즈. DC 특유의 혼돈, 우울, 그리고 엉뚱한 뇌절로 범벅된 괴작이랄까. (그런데 왜 끝까지 다 봄? 아, 몰라)
등장인물: 전형적 영국 스타일+과장된 현실 회피주의
- 알프레드 “알피” 페니워스: 꿈을 백 가지 꾸지만 현실은 늘 곤란. 친구가 사고 쳐도 내가 감당, 엄마가 잔소리해도 결국 내 편. 도망친다 해놓고 항상 돌아오는 현실판 “현장 매니아”.
- 토마스 & 마사 웨인: 사랑도, 정치도, 정의도 항상 “마음이 변해서~”로 해결. 싸웠다 붙었다, 결혼해서 딸 낳고(아들이 아니야, 첫 애가 브루스가 아니라고!) 전형적 “인생 고구마 커플”.
- 벳 사이크스: 미친놈의 왕관,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죽이면서도 시청자한테 괜히 연민까지 심어주는 이중적 신드롬. 결국 강화인간 돼서 다시 등장, “죽음이 뭐야, 나 그딴 거 몰라”의 화신. 그런데 오히려 캐릭터가 엉뚱해서 더 호감이 가는 인물/
스토리/분위기: 영국, 꿈, 부활, 정신나감
영국은 스카치로 돌아간다. 호텔, 사무실, 지하 감옥, 어디서나 이야기 좀 하는 장면에서는 음료수처럼 위스키를 한 잔 돌린다. 사건도, 인생도, 한 모금에 털어놓는 술고래 영국 드라마 미학 만개. 진짜 영국에서 이러는가 물었더니, 그러면 알콜중독자 대접 받는다고 구박 받음.
매 시즌마다 누군가 죽었다가 부활. 그럴수도 있지, 하다가도 이건 뭐야? 불사신이야? 하는 생각이 듬. 알피의 친구 베자는 예외(배우가 사정이 생겼는가 봄. 그냥 추측). 미사일이 런던에 떨어져도 “이제 엔딩임~” 하고 대충 크레딧 내보내고 퇴근하는 작가진. 시청자는 방에 남아 멍 때리는 진짜 희생자.
악당이 영웅 되고, 착한 놈은 들러리로 끝, 정상인은 죄다 조기퇴장. 정신적 고문, 트라우마, 내면의 감옥, 이런 거 한 세 번만 겪으면 누가 봐도 아, 이 동네 정신 나갔구나 소리 절로 나옴.
결론: 결정은 쉬워. 감당할 수 있는 걸 하면 돼
페니워스가 했던 말처럼, 이 드라마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만 끝까지 봐야 함. 정상인 멘탈로는 완주 불가. DC가 세상을 얼마나 우울하고, 어처구니없고, 현실감 없는 방식으로 엎을 수 있는지 뼛속까지 체험하고 싶다면 강추. 내가 이래서 DC 원래 싫어했는데 요즘 내 생활이 그래서 그런가.
다만 엔딩에 미련 두지 말 것. 당신이 뭔가 바꿀 수 있는 건 오늘 저녁 메뉴뿐. 드라마 운명은 이미 망했다. 뭔가를 계획하고 시즌3를 끝냈는데 더 이상 제작 안함. 어쩌라고?
점수? 내 기준에선 드라마 주인공들 처럼 위스키 한 잔 하면서 보면 7점, 정신 차리고 보면 4점, 엔딩 보고 나면 도로 1점. 그리고 이 리뷰를 여기까지 읽은 당신도 이미 DC 감옥에 갇힌 동지 같은데, 웰컴 투 DC 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