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스 키워드 검색과 디지털 자아의 운명
검색 기록으로 범인을 잡았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검색 기록은 개인의 자아이자 내면이었다. 검색 기록을 뒤지는 디지털 수사의 정당성과 프라이버시의 경계, 그리고 우리가 온라인에서 남기는 흔적은 과연 누구의 것이며 우리는 어떻게 지킬 수 있는가?

리버스 키워드 검색이란 무엇인가?
‘리버스 키워드 검색(reverse keyword search)’은 특정 사건과 관련된 단어, 문구, 주소 등을 검색한 사용자 전체의 명단을 확보하는 수사 기법이다. 예컨대 경찰이 어떤 주소를 검색한 사람 목록을 구글에 요구하면, 플랫폼은 이를 역추적해 해당 검색을 한 사용자들을 추려낼 수 있다. 기존의 수사 방식이 특정 용의자를 전제로 증거를 수집했다면, 이 방식은 ‘누가 검색했는지를 먼저 찾는’ 방식인 것이다. 그래서 살인, 테러, 아동착취 같은 강력 범죄에서 큰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리버스 키워드 검색은 ‘누가 무엇을 검색했는가’를 국가가 감시하고 기록하는 방법이라서 위헌 논란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남의 나라 헌법은 잘 모르겠고 대한민국 헌법 제17조, 제18조에 어긋난다.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
그린밸리 랜치 방화사건: 리버스 키워드 검색의 실전과 판례
2020년 콜로라도 덴버. 트러키 스트리트에 거주하던 세네갈 이민자 가족 5명이 새벽의 화재로 사망한다. 처음엔 전기 배선 발화로 추정됐지만, 이웃이 제공한 CCTV 영상 덕택에 방화 정황이 드러났다. 수사는 난항을 겪던 중, 형사들은 구글에 피해자 주소인 ‘5312 Truckee Street’를 검색한 사람들의 명단을 요구했고, 여러 차례 영장이 거부된 끝에 검색자 61명의 익명 리스트를 확보했다.
이 중 반복적으로 해당 주소를 검색한 3명의 10대 청소년이 있었고, 그들은 실제로 사건 전후 그 주소를 지나갔으며, 범행 당시에 사용한 가면을 구매한 내역까지 드러났다. 주범 케빈 부이는 이후 자백했고, 셋 모두 유죄를 인정했다. 하지만 이들을 특정하게 만든 수단이 ‘검색 이력’이었다는 점에서, 이는 미국 최초로 리버스 키워드 검색이 실체를 드러낸 판례로 기록되었다.
이후 콜로라도 대법원은 이 영장을 합헌이지만 헌법적으로 결함이 있는 수단이라 판시했다. 수색 범위가 좁고 자동화되어 있었기에 허용되긴 했지만, 개별적 혐의 없이 검색기록에 접근한 점은 문제라는 의미다.
검색기록은 우리의 내면이다
이 사건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검색 기록을 국가 권력이 들여다 봤기 때문이다. 그것도 표현의 자유를 몹시 중요하게 여기는 미국에서. 조금 거창하게 표현하자면 우리가 검색하는 것은 사실상 우리가 누구인가와 연결된다. 나는 매일 나와 연관있는 질문을 검색 엔진에, AI에 넣고 묻는다. 그러니 무엇을 검색하는가, 라는 질문은 너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다름아니다. 이 모든 질문은 오늘날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서 시작되는 개인적 고백이자, 우리가 세상과 맺는 가장 은밀한 대화다.
그렇다면, 그 창 너머에서 누군가가 나의 자아를 엿보고 있다면? 더 나아가 검색어가 곧 수색 대상이 되고, 브라우저 기록이 곧 수사 단서가 되는 세계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어디까지 숨길 수 있을까?
프라이버시는 단지 데이터 보호의 문제가 아니라 고백할 수 있는 자율성, 생각할 수 있는 권리, 그리고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철썩같이 그 내용은 아무도 모른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다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브라우저는 지우더라도 서버는 기억하고 알고리즘은 학습하며 권력은 접근할 수 있다. 어떻게든 접근할 것이다.
리버스 키워드 검색은 정당한가
자, 이제 선택해야 한다. 공익적 목적을 위해서라면 우리의 인터넷 검색 기록을 공개해도 좋은가. 위 사건처럼 가족을 잃고 고통받는 피해자와 범죄를 저지르고도 여전히 웃으며 노는 가해자 - 아, 현실에 이런 자들이 얼마나 많단 말인가 - 를 침묵으로 지켜볼 수 있는가. 아니면 ‘정의’라는 이름을 위해 기꺼이 공개할 수 있는가. 상황에 따라 다르지, 무조건적인 검색은 반대한다. 나한테 허락을 요청한다면 나는 생각해보고 허락하겠다, 라고 답할 수 있겠다.
그러나 리버스 키워드 검색의 가장 큰 문제는 뒤져 보고 나서야 허락 받을 사람을 특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리버스 키워드 검색을 하기 전에는 누가 여기에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는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는가?
그러니 이제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나는 무엇을 검색하는가, 가 아니라 나는 그것을 검색한 나를 지킬 수 있는가, 로 옮겨간다. VPN을 쓰고 탈중앙 브라우저를 사용하고 로그아웃한 상태로 검색한다고 해도 그 정보는 여전히 어딘가에 흔적을 남긴다.
디지털 세계에서 자아는 익명으로 존재할 수 없고, 프라이버시는 권리가 아닌 기회가 되어버린다. 이 세계에서, 우리는 어떻게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온라인 세상에서 진짜 ‘나’를 끝까지 지킬 수 있는가, 아니 지켜야 하는가 아니면 그저 포기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