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배구, 캐나다에 극적인 풀세트 승… 이긴다는 기억을 되찾다
한국 여자배구가 마침내 해냈다. 2025년 6월 18일, 2025 VNL 캐나다와 경기에서 3-2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오랜 연패를 끊어냈다. 주장의 책임감을 보여준 강소휘, 다양한 루트를 전개한 세터 김다인, 그리고 조직력으로 똘똘 뭉친 팀워크가 만들어낸 승리였다. 이 경기는 단순한 한 경기의 승리가 아니라, 한국 여자배구의 ‘부활’을 알리는 첫 신호였다.

이기는 법을 잊은 것만 같았던 시간. 한 세트조차 따내지 못했던 2022년과 2023년의 여자배구 네이션스리그(VNL)에서 한국은 계속해서 고개를 숙였다. '리빌딩'이라는 이름은 점차 무게를 잃어갔고, 팬들조차 조심스레 기대를 접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스탄불, 2025년 6월 18일. 그 낯설지만 뜨거운 무대에서, ‘다시’가 시작되었다.
세계랭킹 상위권 국가로 도약한 캐나다를 상대로, 풀세트 끝에 한국이 3-2로 승리를 거두었다. 단순한 1승이 아니다. 이 승리는 '끝났다'는 말을 딛고, '아직 가능하다'는 확신으로 이어지는 첫 번째 증거였다. 코트 위에서 땀을 흘린 이들은 단순한 선수들이 아니었다. 믿음을 되찾아온 전사들이었다.
🏐 1세트 – 혼란과 집중 사이, 끝까지 물어뜯은 27-25
1세트는 초반부터 예측 불가의 전개였다. 캐나다는 미트로비치(11번)와 스메렉(18번)의 강타를 앞세워 빠르게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한국은 끈질긴 수비와 영리한 연결로 흐름을 쉽게 넘기지 않았다. 리베로 한다혜(4번)가 공을 끝까지 따라갔고, 세터 김다인(3번)은 빠른 트랜지션을 통해 외곽을 집요하게 공략했다. 분위기는 팽팽했다. 중계진도 “still could go either way”라며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중반 이후 캐나다가 실책을 연달아 범하면서 분위기는 조금씩 한국 쪽으로 기울었다. 특히 오버패스를 강소휘(97번)가 놓치지 않고 강타로 연결한 장면은 상징적이었다. 소휘는 이 세트에서만 5득점을 올리며 주장의 책임감을 몸소 보여줬다. 블로킹과 디그, 공격이 하나로 맞물리기 시작했다.
마지막 랠리에서 강소휘의 스파이크가 상대 블로킹을 뚫고 바닥에 떨어졌을 때, 점수는 27-25. 단 한 세트를 이겼을 뿐인데, 그 안에 담긴 감정의 파장은 시즌 전체를 덮을 만큼 강렬했다. ‘될 수 있다’는 믿음이 팀 전체에 퍼지는 순간이었다.
🏐 2세트 – 시스템이 만들어낸 완성형 25-20
2세트는 조직력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캐나다는 귀젠(16번)과 존슨(14번)의 공격으로 계속 압박을 시도했지만, 한국의 수비 라인은 무너지지 않았다. 한수진(47번)과 한다혜가 리베로로서 강력한 디그로 버텨냈고, 공을 띄운 뒤 바로 이어지는 공격 전환은 날카로웠다. 특히 세터 김다인의 토스는 훨씬 과감해졌고, 그 리듬을 공격수들이 정확히 따라갔다.
강소휘는 백어택과 라이트에서 모두 득점을 만들어냈고, 이선우(15번)는 타이밍을 노린 속공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중앙 공격수 육서영(11번)도 슬라이드 공격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1세트와 달리 실책은 줄고, 공격의 다양성과 배치가 살아난 세트였다. 한국이 점수를 쌓아가는 방식은 단순히 '득점'이 아니라 ‘과정의 완성도’가 느껴졌다.
마지막 3연속 득점으로 세트 스코어 2-0. 경기장을 채운 응원단은 ‘혹시?’라는 기대에서 ‘진짜!’라는 확신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한국은 단지 이기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압도하고 있었다.
🏐 3세트 – 흔들린 리시브, 무너진 집중 15-25
3세트는 위기의 전조였다. 캐나다는 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귀젠과 스메렉을 활용하며 공격 강도를 높였다. 한국은 리시브 라인이 흔들리면서 세터의 선택지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공격 패턴도 단조로워졌다. 블로킹 타이밍도 어긋나면서 상대는 마음껏 코트를 휘저었다.
중계진은 “one-way traffic again”이라고 표현할 만큼 캐나다의 독주였다. 특히 캐나다는 서브로 한국의 리시브를 괴롭힌 뒤, 빠른 속공으로 연속 점수를 뽑아냈다. 한국은 시도는 했지만 연결이 매끄럽지 않았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범실이 발목을 잡았다. 반전 없이 15-25로 세트를 내주었다.
하지만 분위기가 무너진 건 아니었다. 코트 위 선수들은 서로를 격려했고, 감독진은 차분하게 전략을 조정했다. 이 세트는 ‘무너진 흐름’이 아니라, 다음 반격을 위한 ‘정비 시간’으로 남았다.
🏐 4세트 – 위기의 흔들림, 되찾지 못한 리듬 20-25
4세트도 쉽지 않았다. 초반에는 어느 정도 공방이 오갔지만, 캐나다가 다시 블로킹에서 우위를 점하며 주도권을 잡았다. 특히 매글리오(19번)의 중앙 블로킹은 위협적이었고, 상대 리베로 조스트는 수비 안정감을 가져오며 캐나다 전체의 리듬을 끌어올렸다.
한국은 육서영과 강소휘의 콤비네이션으로 반격을 시도했지만, 캐나다의 공격 루트가 너무 다양했다. 특히 공격 이후 이어지는 수비와 서브의 연결이 완벽했고, 한국은 그 속도에 밀리는 장면이 많았다. 20-23까지 따라붙었지만 마지막 고비에서 서브 범실과 리시브 불안으로 무너졌다.
이제 경기는 2-2, 풀세트로 향했다. 체력도, 정신력도 한계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기고 싶은 의지 하나만은 누구도 꺾을 수 없었다. 마지막 세트,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였다.
🏐 5세트 – 모든 걸 걸고, 부활을 완성한 15-13
5세트 시작은 좋지 않았다. 캐나다가 4-1까지 앞서며 경기의 흐름을 단숨에 가져갔다. 그러나 한국은 포기하지 않았다. 정지윤(71번)의 투입 이후 리듬이 살아났고, 김다인은 위기의 순간마다 정확한 토스로 공격수를 살려냈다. 디그와 리시브, 그리고 이어지는 고속 전환 공격. 이 모든 게 감탄스러울 정도로 정돈되어 있었다.
특히 강소휘는 풀세트에서도 4득점을 추가하며 팀을 끌고 갔다. 마지막 13-13 상황에서 소휘의 강타가 상대 블로커의 손끝을 스치고 코트 안으로 떨어지자, 관중석에선 함성과 눈물이 동시에 터졌다. “And Korea win.” 그 한마디로 모든 감정이 응축됐다.
15-13. 이 한 점, 이 세트, 이 승리는 단순한 경기 결과가 아니었다. 이는 한국 여자배구가 끝나지 않았다는 증거였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선언이었다.
📌 이 경기가 한국 여자배구에 주는 의미
이날의 승리는 단순한 1승이 아니다. 최근 41경기 중 단 2승, 두 시즌 연속 세트 승리조차 없었던 한국 여자배구가 이뤄낸 값진 결과였다. 그것도 상승세의 북미 강호 캐나다를 상대로 말이다. 이 한 경기는 경기력, 체력, 전략, 그리고 무엇보다 ‘심리전’에서의 승리였다. ‘우리는 이길 수 있다’는 감각을 되찾은 순간이었다.
그동안 한국 여자배구는 ‘리빌딩’이라는 단어에 갇혀 있었지만, 이제는 그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날 승리는 재도약을 위한 서막이자, 더 이상 과거에 머물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팬들은 이 경기를 기억할 것이다. '2025년 6월, 한국 여자배구가 돌아왔다'는 그 날을.
📊 한국 선수 기록 요약
선수 이름 | 포지션 | 총 득점 | 공격 득점 | 블로킹 | 서브 |
---|---|---|---|---|---|
강소휘 (97번) | 아웃사이드 히터 | 21점 | 17점 | 2점 | 2점 |
육서영 (11번) | 아웃사이드 히터 | 16점 | 16점 | - | - |
이선우 (15번) | 아포짓 | 15점 | 13점 | 2점 | - |
이다현 (12번) | 미들블로커 | 4점 | 2점 | 2점 | - |
정호영 (17번) | 미들블로커 | 2점 | 2점 | - | - |
📌 팀 전체 블로킹: 8점
📌 팀 전체 서브 에이스: 4점
📌 공격 시도 수: 299회
📌 총 득점: 102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