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검색 시대 #3: 구글의 이중 정책, 웹 자유를 위협하다
구글이 자사 AI 정책을 조용히 변경하면서 웹사이트 운영자들은 AI 학습을 허용하거나 검색 노출을 포기해야 하는 딜레마에 처했다. 콘텐츠 권리 보호와 생존 사이, 선택의 자유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반독점 재판에서 드러난 진실
2025년 5월,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된 구글 반독점 재판에서 놀라운 사실이 공개됐다. 구글 딥마인드의 부사장 일라이 콜린스(Eli Collins)는 법정에서 웹사이트 운영자가 AI 학습을 명시적으로 거부해도 구글 검색 AI는 해당 콘텐트를 사용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구글이 서로 다른 AI 시스템에 대해 이중적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구글은 자사의 AI 서비스를 두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고 있다. 하나는 딥마인드가 운영하는 연구용 AI로 웹사이트가 robots.txt 파일을 통한 거부 의사를 인정한다. 다른 하나는 상업적 목적의 AI 오버뷰 등에 사용되는 구글 검색 AI인데, 이 시스템은 robots.txt의 옵트아웃 지시를 무시할 수 있다.
결국 웹사이트 운영자들은 AI 학습을 거부하더라도 검색 AI에 콘텐트가 사용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구글은 이처럼 두 시스템에 서로 다른 정책과 윤리 기준을 적용하면서도 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운영자들의 선택권을 사실상 박탈하고 있다.
올 오어 낫싱 정책의 강요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운영자들에게 사실상 두 가지 선택지만을 제시하고 있다. 하나는 검색 노출과 AI 학습을 모두 허용하는 전면 동의, 다른 하나는 검색에서 완전히 제외되는 대신 AI 학습도 거부하는 전면 거부다. 이는 '모든 것을 주거나, 아무것도 얻지 못하거나'라는 극단적 조건을 강요하는 셈이다.
문제는 구글이 이처럼 중대한 정책 변경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전 공지나 의견 수렴 없이 조용히 정책을 바꾸었고, 그 사실조차 반독점 재판 과정에서야 외부에 공개됐다. 이해관계자와의 협의, 가이드라인 제공, 영향 평가 등 절차적 정의는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이는 세계 최대 검색 플랫폼으로서 구글이 져야 할 책임과 투명성을 저버린 행위로 비판받고 있다.
새 정책으로 인해 운영자들은 심각한 딜레마에 놓이게 됐다. AI 학습을 허용하면 검색 노출과 SEO 투자를 유지할 수 있지만 콘텐트가 무료로 AI에 활용되며 점차 검색 트래픽이 줄고 결국 AI가 콘텐트를 대체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반대로 검색에서 배제되면 콘텐트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지킬 수는 있지만, 방문자 수 급감과 광고 수익 손실 등으로 웹에서의 생존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
구글 의존도와 불균형의 심화
운영자들이 이 같은 구조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는 구글의 시장 지배력 때문이다. 구글은 전 세계 검색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주요 웹사이트 트래픽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대안이 부재한 상황에서 구글은 사실상 웹의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고 있다.
대형 웹사이트들은 다양한 트래픽 소스와 협상력, 법적 대응 여력을 통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 반면 중소 규모의 웹사이트들은 제한된 자원과 높은 구글 의존도로 인해 훨씬 더 큰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이로 인해 웹 생태계의 양극화는 점점 심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사태는 콘텐트 제작 동기를 약화시키고 고품질 저널리즘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AI 친화적 콘텐트만이 살아남고 독창성과 다양성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기존 robots.txt 기반의 콘텐트 보호 체계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단순한 허용/거부 방식으로는 AI 시대의 복잡한 사용 구분을 제어할 수 없으며, 법적 구속력이 부족하다. AI 학습과 검색 인덱싱의 경계가 모호한 상황에서 보다 정교하고 투명한 콘텐트 권한 제어 체계가 절실하다.
새로운 거버넌스를 위한 제안
기술적으로는 AI 학습, 검색 인덱싱, 상업적 사용 등을 목적별로 구분할 수 있는 세분화된 robots.txt가 필요하다. 경제적으로는 AI에 사용된 콘텐트에 대한 보상 체계와 수익 공유 모델이 필요하며 제도적으로는 공정거래기관의 감시와 업계 표준 수립이 필수적이다.
웹 생태계의 다양성과 공정성을 지키려면 구글의 일방적 정책을 넘어서려는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다. AI 시대의 콘텐트 사용에 대한 새로운 규칙과 거버넌스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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