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검색 시대 #2: 웹사이트의 위기가 온다

구글 AI 오버뷰가 도입된 이후, 수많은 웹사이트가 갑작스러운 트래픽 감소를 경험하고 있다. 블룸버그·The Hoth·가트너 등은 이 현상이 단순한 기능 변화가 아니라 ‘생태계 교란’이라고 주장한다. 동시에 퍼플렉시티와 같은 AI 기반 검색엔진의 폭발적 성장을 통해 디지털 정보 유통의 방향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짚는다.

AI 검색 시대 #2: 웹사이트의 위기가 온다

블룸버그가 폭로한 25개 웹사이트의 비극

2025년 4월 7일, 블룸버그는 놀라운 보도를 내놓았다. 구글의 AI 오버뷰 도입 이후 독립 웹사이트들이 겪고 있는 트래픽 급감 현상을 25개 웹사이트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분석한 것이다. 이 보도는 단순한 추측이나 일화가 아닌, 웹 분석 전문 회사 Similarweb의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한 실증적 연구였다.

블룸버그의 조사는 다음과 같은 체계적 접근을 통해 이루어졌다.

  • 직접 인터뷰: 25개 웹사이트 퍼블리셔와 관련 종사자들 인터뷰
  • 데이터 분석: 웹 분석 전문 Similarweb를 통한 지난 2년간의 트래픽 데이터 분석
  • 카테고리별 분석: 패션 & 라이프스타일, 여행, DIY & 홈 디자인, 요리 등 4개 주요 카테고리 포함
  • 기간별 추적: AI 오버뷰 도입 전후의 변화 패턴 비교 분석

결론부터 말하자면 놀랍게도 분석 대상이 된 모든 4개 카테고리 모두 예외 없이 트래픽이 줄었다.

70% 급감의 사례: Charleston Crafted

숫자로만 보면 추상적일 수 있는 트래픽 감소를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Charleston Crafted다. 이 DIY 홈 프로젝트 웹사이트의 운영자 Morgan McBride가 겪은 변화는 많은 독립 웹사이트 운영자들의 현실을 대변한다.

Charleston Crafted의 운영자 모건 맥브라이드는 단 한 달 만에 웹사이트 트래픽이 70%나 급감하는 충격을 겪었다. 이로 인해 디스플레이 광고 수익은 1년 기준으로 65%나 줄었고, 수만 달러에 달하는 직접적인 수익 손실이 발생했다.

구글은 이러한 트래픽 감소 현상이 AI 오버뷰 때문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구글 대변인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웹사이트 운영자들의 개별 사례를 근거로 전체적인 트래픽 감소 원인을 일반화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웹 트래픽은 계절적 수요나 다른 알고리즘 업데이트 등 여러 요소에 따라 변동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구글은 AI 오버뷰가 다양한 웹사이트에 더 많은 트래픽을 보내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전 세계적 현상: The Current의 충격적 보고서

Charleston Crafted의 사례가 개별적 불운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 The Current의 2025년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전 세계 상위 500개 퍼블리셔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분석 결과를 담고 있다.

전 세계 상위 500개 퍼블리셔를 대상으로 한 분석에 따르면, 이들 사이트는 전년 대비 평균 27%의 트래픽 감소를 겪었으며, 이는 월평균 6,400만 회의 방문자 수가 줄어든 수치다. 이미 규모와 영향력을 갖춘 대형 사이트들조차 이 정도의 하락세를 보였다는 점은 중소 규모 웹사이트들이 겪는 피해가 얼마나 심각할지를 가늠하게 한다. 이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 웹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구조적 충격을 의미한다.

AI 오버뷰의 직접적 영향: The Hoth 연구 결과

AI 오버뷰가 검색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The Hoth의 연구에 따르면, AI 오버뷰에 포함된 웹사이트는 평균적으로 8.9%의 오가닉 트래픽 감소를 겪었으며, 반대로 AI 링크 카드에서 제외된 웹사이트들은 이보다 더 큰 폭의 감소를 경험했다. 이 같은 결과는 AI 오버뷰의 영향이 단순한 추측이 아닌, 데이터로 입증 가능한 현실임을 보여준다. 특히 오버뷰에 포함되지 못한 웹사이트가 더 큰 타격을 입었다는 점은, AI 검색 환경에서 정보 노출 기회의 불균형—즉, 새로운 디지털 격차—가 이미 형성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퍼플렉시티 등 AI 검색 엔진의 급성장 (429% 증가)

구글의 AI 오버뷰 도입 이후 기존 웹사이트들이 트래픽 감소에 시달리는 반면, AI 기반 검색엔진들은 정반대의 흐름을 타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서비스가 바로 퍼플렉시티(Perplexity)다. 퍼플렉시티는 2025년 들어 사용자 규모와 검색 활동 면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5월 기준 일일 활성 사용자 수는 200만 명을 넘어섰고, 월간 기준으로는 1,500만 명에 달한다. 같은 기간 동안 웹사이트 방문 수는 1억 5,297만 회에 이르렀으며, 월간 검색 쿼리는 7억 8천만 건, 일일 검색 쿼리는 3천만 건 이상을 기록했다. CEO는 주간 검색 쿼리가 곧 10억 건에 이를 것으로 전망할 만큼 상승세가 가파르다.

무엇보다 퍼플렉시티의 성장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지속적인 확장 흐름 속에서 나타나고 있다. 월간 성장률은 17~24%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전년 대비 성장률은 무려 429%에 달한다. 2025년 4월에서 5월 사이에도 성장률은 22.01%를 기록했고, Statista에 따르면 추천 트래픽 증가율은 54.78%에 이른다. 이러한 수치는 단순한 서비스의 확장을 넘어, AI 검색 패러다임의 중심축이 기존 검색엔진에서 새로운 AI 기반 플랫폼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퍼플렉시티의 성장은 단순히 사용자 수의 급증에 그치지 않고, 투자자들의 신뢰와 자본 유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4년 12월, 퍼플렉시티는 5억 달러(약 6,9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 가치를 90억 달러(약 12조 4,000억 원)로 평가받았다. 이처럼 창립 3년도 되지 않은 스타트업이 10조 원을 넘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연간 반복 수익(ARR)도 3,500만 달러(약 480억 원)에 달해, 실질적인 수익 기반 역시 빠르게 구축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수치는 투자자들이 AI 기반 검색 서비스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얼마나 높게 보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지표다.

숫자가 말하는 새로운 현실

개별 웹사이트들이 경험한 트래픽 감소는 단순한 일시적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 이를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근거가 바로 가트너(Gartner)의 공식 예측이다. 세계적으로 신뢰받는 IT 리서치 기관인 가트너는 2026년까지 전통적인 검색 엔진의 트래픽이 25%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는 생성형 AI 인터페이스의 빠른 표준화가 지목되며, 이는 특정 플랫폼이나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 웹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가트너의 예측은 수많은 실증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루어진 만큼, 그 신뢰성과 파급력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이 같은 예측과 실제 사례들을 종합하면, 현재 웹 생태계가 단순한 변화를 넘어 근본적인 전환의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구글 AI 오버뷰 도입은 기능 이 추가된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일부 웹사이트는 한 달 사이에 트래픽이 70%까지 줄어드는 극단적 상황을 겪었고 글로벌 상위 500개 퍼블리셔도 평균 27%의 감소를 경험했다. 이러한 변화는 매우 빠른 속도로 그리고 매우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단순한 조정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웹 운영자들에게 주어진 핵심 과제

이 과정에서 분명한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패자는 전통적인 독립 웹사이트, 특히 중소 규모의 퍼블리셔들이고 승자는 퍼플렉시티와 같은 AI 기반 검색 엔진들이다. 과거에는 검색 엔진 최적화(SEO)만 잘해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정보 소비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 이 변화는 더 이상 다가올 미래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진행되고 있는 현실이며, 웹사이트 운영자들에게는 이에 어떻게 적응하느냐가 곧 생존과 직결되는 핵심 과제가 되었다.

AI가 검색의 문법을 다시 쓰고 있다. 이제 검색은 단순한 정보 탐색이 아니라, 플랫폼이 정보를 요약하고 재해석해 주는 과정으로 바뀌고 있다. 이 변화 속에서 누군가는 기회를, 누군가는 위기를 마주한다. 중요한 것은 변화의 속도가 아니라, 그 방향을 읽고 전략을 전환할 수 있는 민감함이다. 독립 웹사이트들이 살아남기 위해선 단순한 트래픽 경쟁을 넘어, 콘텐츠의 구조, 전달 방식, 기술적 연동까지 근본적인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AI가 요약한 정보를 소비하는 시대에서, 웹사이트는 더 이상 정보의 목적지가 아니라, 정보의 출처로만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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