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미디어 시대: 구독 피로감 속에서 찾는 새로운 돌파구
넷플릭스, 챗지피티, 미드저니… 디지털 구독이 늘어나는 시대, 우리는 매달 ‘디지털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이 부담이 임계점을 넘기면서 개인 미디어는 새로운 생존 딜레마에 직면했다. 구독 피로감, 플랫폼 분산, 정보의 단절…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까?

디지털 택스의 시대, 개인 미디어의 생존 딜레마
넷플릭스(17,000원), 유튜브 프리미엄(14,900원), 애플 뮤직(13,500원), 애플 클라우드(11,100원), 챗지피티(20달러, 약 29,000원), 구글 원(29,000원), 미드저니(10달러, 약 15,000원)... 얼핏 생각나는 디지털 구독료다. 굿노트 같은 연간 구독료는 더하지도 않았다. 이것 저것 따지면 대략 월간 13만원 ~ 15만원 정도 비용을 쓰고 있다. 나의 이른바 디지털 택스다. 물론 억지로 나오는 세금이 아니라 내가 선택하기는 하지만. 그런데 문제는 보고 싶고 쓰고 싶은 서비스가 더 있다는데 있다. 돈을 더 쓰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내가 백만장자도 아니고 돈을 무수히 쓸 수는 없는 일. 어째야 한단 말인가(돈을 더 잘 벌면 된다…).
AI와 클라우드 시대가 되면서 사람들은 저마다 수십 개의 디지털 서비스 제공업체에게 월간 '디지털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각각은 작은 금액이지만 합쳐지면 상당한 부담이 되고 필요해서 쓰는 거라 취소하기는 쉽지 않으며(취소한 후 불편함을 감당하기 어렵고), 게다가 새로운 서비스들이 끊임없이 지갑을 누리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택스 부담이 임계점에 도달하면서 소비자 사이에는 구독 피로감(Subscription Fatigue)이라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구독 피로감: 개인 미디어의 새로운 적
구독 피로감의 정의와 현황
구독 피로감(Subscription Fatigue)은 소비자가 구독 서비스와 제품에 압도당하고 좌절감을 느끼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개별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구독 경제 전반에 대한 시스템적인 저항 반응이다. 소비자들은 점점 더 많은 서비스가 구독 모델을 채택하면서 자신의 월간 지출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구독 피로감의 규모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2023년 라지브 고피나트(Rajiv Gopinath)의 조사에 따르면, 스트리밍 구독자의 3분의 1이 최소 하나의 서비스를 취소했으며, 엔터테인먼트 스트리밍 서비스의 연간 이탈률은 2019년 20%에서 37%로 급증했다.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소비자들이 구독을 취소하는 주된 이유가 서비스 미사용(37.42%)과 비용 부담(25.88%)이라는 점이다.
개인 미디어에 특화된 구독 피로감의 특성
개인 미디어가 직면한 구독 피로감은 다른 산업과는 다른 독특한 특성을 보인다. 첫째, 가치 대비 비용의 문제가 심각하다. 전 애틀랜틱(The Atlantic) 기자 데렉 톰슨의 서브스택 구독료는 연간 80달러로 그가 떠난 애틀랜틱의 디지털 구독료보다 1달러 더 비싸다. 독자 입장에서는 한 명의 기자에게 전체 매거진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둘째, 콘텐트의 접근성 문제가 있다. 전통 미디어는 하나의 구독으로 다양한 기자들의 기사를 읽을 수 있지만, 개인 미디어는 각각 별도의 구독이 필요하다. 이는 독자들에게 '번들 해제(Unbundling)'의 부담을 전가한다. 독자들은 이전에 하나의 패키지로 받던 서비스를 이제 개별적으로 구매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총 비용이 크게 증가한다.
셋째, 사회적 대화에서의 소외 문제가 발생한다. 개인 미디어의 유료 콘텐트는 구독자에게만 제공되기 때문에, 비구독자들은 해당 주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서 배제된다. 이는 정보의 민주적 접근이라는 저널리즘의 기본 가치와 충돌하는 측면이 있다.
플랫폼별 구독 피로감의 차이
구독 피로감은 플랫폼과 콘텐트 유형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미디어 구독은 구독 피로감에 가장 취약한 분야로 분류된다. 이는 미디어 콘텐트가 '필요'보다는 '원함'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구독이 실제 업무나 생활의 필요를 충족하는 반면 미디어는 감성적으로 선택하기 때문이다.
서브스택과 같은 개인 미디어 플랫폼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더욱 두드러진다. 플랫폼이 10%의 수수료를 부과하면서도 독자 발굴이나 마케팅 지원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많은 성공한 크리에이터들이 고스트(Ghost)나 비하이브(Beehiiv) 같은 대안 플랫폼으로 이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구독 피로감이 개인 미디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구독 피로감은 개인 미디어 생태계 전반에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신규 진입자들에게 기회의 창이 닫히고 있다는 점이다. 서브스택의 스타 크리에이터인 에밀리 선드버그도 "지금 시작하고 싶지는 않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이는 시장이 포화 상태에 도달했으며, 초기 진입자들이 누렸던 이점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품질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구독 피로감으로 인해 독자들은 더욱 선별적으로 구독을 결정하게 되고, 이는 소수의 스타 크리에이터에게 독자가 집중되는 결과를 낳는다. 반면 중간층 크리에이터들은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 퍽(Puck)의 딜런 바이어스가 지적한 바와 같이, "서브스택의 대부분 콘텐트는 지루하거나 아마추어적이거나 완전히 미친 소리"라는 혹독한 평가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셋째, 비즈니스 모델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서브스택이 연간 4,5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이를 기술 회사가 아닌 미디어 회사로 평가할 경우 7억 달러의 기업 가치는 과대평가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는 개인 미디어 플랫폼들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수익 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변화의 시대, 적응과 혁신의 길
AI 시대의 개인 미디어는 전례 없는 기회와 도전에 동시에 직면하고 있다. 구독 피로감이라는 새로운 장벽이 등장했지만 동시에 AI 기술은 개인 크리에이터들에게 강력한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 성공의 열쇠는 이러한 변화를 정확히 이해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것에 있다.
구독 피로감 문제는 단순히 가격을 낮추거나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는 독자들에게 진정한 가치를 제공하고 그들과의 깊은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니치 전문성, 커뮤니티 구축, 다각화된 수익 모델, AI 도구의 전략적 활용 등을 통해 달성할 수 있다.
AI 기술의 발전은 위협이 아닌 기회로 받아들여야 한다. AI가 인간 저널리스트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크리에이터들은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AI와의 협업을 통해 인간 고유의 가치를 더욱 부각시키는 것이다.
개인 미디어의 미래에서 희망을 보다
구독 피로감과 AI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개인 미디어의 미래는 여전히 유망하다. 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있으며 독자들의 다양한 관심사와 니즈는 계속해서 새로운 콘텐트에 대한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 중요한 것은 변화에 적응하고 혁신을 추구하는 자세이다.
개인 미디어는 민주주의와 다원주의 사회의 중요한 구성 요소이다. 다양한 목소리와 관점이 공존할 수 있는 미디어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AI 시대의 개인 미디어가 단순히 생존을 넘어서 번영할 수 있도록, 크리에이터, 플랫폼, 독자, 그리고 사회 전체가 함께 노력해야 할 때이다.
변화의 시대에는 위기와 기회가 공존한다. 구독 피로감이라는 도전을 창의적으로 해결하고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현명하게 활용한다면 개인 미디어는 더욱 풍성하고 다양한 정보 생태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와의 진정한 연결과 사회에 대한 가치 있는 기여라는 저널리즘의 본질을 잃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