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스 허새비스, 우리는 지금 AGI를 기다리는가 점검하는가
데미스 허새비스의 Wired 인터뷰는 뻔한 이야기 같지만 뭔가 뾰족한 게 숨어 있다. 그가 던진 메시지의 본질은 무엇인가? 우리는 지금 AGI를 기다리고 있는가, 점검하고 있는가.

AGI를 말하는 남자, 데미스 허새비스 그리고 우리가 들어야 할 진짜 이야기
데미스 허새비스(Demis Hassabis)는 체스 신동에서 인지과학자, 그리고 AI의 최전선인 딥마인드(DeepMind)의 공동창업자이자 CEO가 된 인물이다. 그는 인간의 뇌 구조를 모사하는 방식으로 AI를 연구해왔으며, 알파고(AlphaGo), 알파폴드(AlphaFold)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과학적 혁신과 사회적 영향력 모두를 동시에 보여준 대표적인 과학-철학형 리더다. 2024년에는 AlphaFold 개발 공로로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며, 이제는 기술계의 ‘사색하는 왕자’로도 불린다.
최근 Wired 인터뷰에서 허새비스는 AGI(인공지능 일반)의 도달 시점, 인간의 일자리, 기술의 위험성과 기회에 대해 비교적 조심스럽고 정제된 언어로 말한다. 하지만 놀랍도록 새로운 주장은 없다. AGI가 가져올 풍요의 시대, 글로벌 협력의 필요성, AI의 가치 정렬 문제 등은 이미 수년 간 회자된 이야기의 반복이다. 이는 허새비스가 비전을 선도하는 리더라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의 ‘질서 있는 사서(史書)’ 역할을 택한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있다. 그는 ‘AI가 과학의 도구’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단순히 생산성이나 이윤이 아닌 인류의 집단지성과 공동선을 위한 도구로써 AI의 방향을 그린다. 기술을 둘러싼 속도와 자본의 경쟁 속에서, 허새비스는 누가 먼저 만들 것인가 보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 라는 질문을 되살린다. 결국 이 인터뷰는 미래를 미리 말하는 예언서라기보다는 우리가 지금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정리해주는 점검표에 가깝다.
Wired 인터뷰, 세 문단으로 요약해 보기
허새비스는 인터뷰 내내 AGI 도달 시점을 향후 5~10년 이내로 예측하면서도, 아직은 현재의 AI 시스템들이 인간 수준의 일관성과 창의성, 추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진단한다. 수학 경시대회 문제를 푸는 시스템이 동시에 철자 세기를 틀리는 불안정성을 예로 들며, 진정한 일반지능의 기준은 “모든 인지능력을 일관되게 수행하는 능력”에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그는 AI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낙관과 우려를 병치한다. AlphaFold가 생물학을 혁신한 사례처럼 AI는 과학과 의학에서 획기적인 도구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악의적인 국가나 개인에 의해 잘못 사용될 경우 위험도 크다는 것이다. 특히 AI가 스스로 개선하는 존재가 될 경우, 기술적 우위가 단 몇 분 차이로 돌이킬 수 없는 격차로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협력과 규제의 시급성을 언급한다.
끝으로 그는 미래 세대에게 AI와 협력하는 능력이 핵심 역량이 될 것이라 조언한다. 프로그래밍, 프롬프트 설계, 모델 튜닝 등 AI 시스템에 대한 실질적 이해와 활용 역량이 새로운 노동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결정지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동시에, AGI 이후의 사회는 경제의 근간조차 바뀌는 급진적 풍요의 시대가 될 수 있으며, 이때야말로 철학자와 사회과학자의 역할이 결정적이라는 통찰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