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 사라질 것인가 귀환할 것인가
조용했던 WWDC, 주가는 떨어졌고 Siri는 약속만 남겼다. Apple Intelligence는 과연 Siri를 구할 수 있을까? 프라이버시 중심 로컬 AI 전략의 매력과 한계를 되짚는다.

Siri와 애플 인텔리전스는 사랑받을 수 있을까?
WWDC 2025의 무대는 여느 때처럼 정제되어 있었다. 조명은 따뜻했고, 무대는 유려했으며, 발표자는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러나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있던 Apple Intelligence는 예상만큼의 환호를 받지 못했다. WWDC 직후 애플의 주가는 1.6% 하락했고,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이 쇼를 '차갑고 정적인 무언극'에 비유했다. 그 침묵의 중심에는 두 가지 키워드가 있었다. Apple Intelligence와 그리고 Siri였다.
AI라는 이름의 디지털 오뜨 꾸뛰르, 그 원단은 로컬이었다
Apple Intelligence는 말 그대로 ‘애플이 만든 인공지능’이다. 그러나 그 방식은 구글이나 메타처럼 외향적이고 개방적이지 않다. 애플은 이번에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접근했다. 로컬 퍼스트(Local-first), 즉 AI 기능 대부분을 기기 안에서 실행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이것은 단지 기술적인 선택이 아니라, 철학적인 선언에 가깝다. “우리는 당신의 데이터를 외부로 보내지 않겠다.” 그것은 애플식 프라이버시의 문장이자 이용자와 약속이었다.
그러나 그 우아한 약속은 동시에 많은 것을 포기하는 전략이기도 했다. 강력한 생성 능력을 자랑하는 GPT-4o나 Gemini 1.5 Pro 같은 대형 언어 모델은 대부분 클라우드 기반이다. 로컬 AI는 연산 능력, 배터리, 발열, 메모리 등의 물리적 제약 속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기능의 범위와 깊이는 상대적으로 얕을 수밖에 없다. 그 결과, Apple Intelligence는 프라이버시는 챙겼지만 놀라움은 보여주지 못한 기술로 남게 되었다.
Siri, 조용한 존재감은 이젠 위기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Siri였다. 한때 ‘음성 비서’라는 장르를 처음 세상에 소개한 이름이지만, 이제 그 이름은 사용자의 입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Hey Siri”라고 부르는 순간, 많은 이들은 정말 이해할까?라는 의심부터 하게 된다. 이번 WWDC에서도 Siri는 개선을 약속했지만, 공개 시점은 내년이라는 모호한 미래로 미뤄졌다. 시장은 실망했고, 단 하루 만에 애플의 시가총액은 100조 원 가까이 증발했다.
음성 인식에서 대화형 지능으로 넘어가는 시대, Siri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반면 구글은 Assistant를 과감히 포기하고 Gemini로 갈아탔고, 메타는 Llama 기반의 Meta AI를 소셜과 하드웨어 전반에 침투시키고 있다. 그들의 AI는 실시간 번역도 하고, 이미지도 그리며, 사용자의 맥락을 기억한다. 반면 Siri는 여전히 질문에 “죄송합니다,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라고 말한다. 이것이 현실이다.
애플 인텔리전스의 구조적 미덕과 불편한 한계
애플의 로컬 AI 전략은 분명 기술적 정수가 있다. 데이터가 기기를 벗어나지 않으며, 민감한 정보는 암호화된 Private Cloud Compute를 통해 한시적으로 연산 후 폐기된다. 법적으로도 이 구조는 GDPR, CCPA, 한국의 개인정보보호법 등 각국의 규제를 효과적으로 회피할 수 있는 설계이기도 하다. 사용자의 동의(opt-in)를 명시적으로 받는 구조 또한 법적 분쟁 가능성을 최소화한다.
그러나 기술적 현실은 간단하지 않다. 3B 파라미터급 로컬 LLM은 여전히 범용 LLM에 비해 추론 깊이나 유연성이 떨어지고, 복잡한 요청은 결국 클라우드를 경유해야 한다. 또한 최신 iPhone, M 시리즈 Mac에서만 동작하므로 접근성도 제한적이다. 프라이버시는 확보했지만, 모두를 위한 AI는 아니다.
삼국지로 들어간 AI 에이전트의 서사
이제 Siri를 논하려면 주변 지형도 함께 봐야 한다. 현재 글로벌 테크 시장은 세 가지 전혀 다른 방식의 AI 전략이 경쟁하는 삼국지 시대다.
항목 | Apple | Meta | |
---|---|---|---|
AI 브랜드 | Siri + Apple Intelligence | Gemini | Meta AI (Llama 기반) |
전략 철학 | 프라이버시 중심, 로컬 우선 | 생산성 통합, 검색 중심 | 침투형 AI, 소셜 + AR/VR 통합 |
기술 구조 | On-device + PCC 하이브리드 | 대형 LLM 기반, 클라우드 중심 | 오픈소스 기반, 확장형 AI |
기기 연동성 | 최신 애플 기기 전용 | 안드로이드 전반, 웹, 크롬 등 |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Ray-Ban 등 |
프라이버시 접근 | IP·Apple ID 분리, opt-in 강제 | 데이터 활용 최소화 지향 | 메타 ID 기반 통합, 타겟 광고와 연계 |
애플은 여전히 가장 세련되고, 가장 비싼 방식으로 AI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그 전략은 고급스러운 유리 상자에 갇혀 있다. 구글과 메타는 다소 투박하지만 빠르게 퍼진다. Siri는 그 상자 안에 갇힌 목소리처럼 들린다.
질문은 이제 사용자에게 돌아간다
Siri는 과연 되살아날 수 있을까? 아니면 이대로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 더 나을까?
Apple Intelligence는 애플의 철학을 그대로 담은 작품이다. 그러나 철학이 제품으로 작동하려면, 감동과 유용함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 프라이버시는 아름답지만, 답답해서는 안 된다. WWDC는 조용했지만, 그 여운은 길다. Siri는 다시 불릴 수 있을까 아니면, 이제 더 이상 아무도 부르지 않는 비서로 남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