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구의 역사로 배우는 AI : 선택은 언제나 인간의 몫
AI 등장 이후 이것이 위기인가 기회인가에 대한 논쟁은 치열해왔다. 그러나 최근 AI가 인간에게 미칠 긍정적인 효과보다 부정적인 효과에 대해 염려하는 견해가 늘고 있다. AI는 진짜 인간에게 부정적인가. 도구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인류는 AI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AI 시대, 인간은 다시 선택의 문 앞에 서 있다
인간 문명은 언제나 기술과 함께 진화해왔다. 문자, 인쇄술, 기계, 컴퓨터 - 기술은 처음 등장했을 때마다 기회와 위기의 양면성을 동시에 안고 있었고, 인류는 그 선택의 문 앞에서 끊임없이 갈등했다. 생성형 AI는 그 연장선상에 있는 또 하나의 도구다. 인간 능력을 확장하는가, 대체하는가의 갈림길에서 우리는 다시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
도구는 언제나 위기와 기회를 함께 데려왔다
문자는 인류 지성사의 전환점을 이룬 도구였지만, 초기에는 그 효용성에 대한 회의도 존재했다. 플라톤은 문자가 인간의 기억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기억의 죽음'이라 표현했다. 정보가 외부에 저장됨으로써 인간은 더 이상 내면의 사유를 통해 지혜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였다. 그러나 문자는 철학적 개념과 법적 체계, 문학적 서사를 기록하고 축적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고, 결과적으로 인간의 사고력은 오히려 더 깊어졌다. 문자의 등장은 인간의 정신이 외부 세계에 구조화되는 계기가 되었고, 기억은 개인의 한계를 넘어 사회적 유산으로 진화했다.
이러한 변화는 인쇄술의 등장과 함께 가속화되었다. 15세기 구텐베르크가 개발한 금속활자 인쇄술은 교회 권력이 독점하던 지식을 대중에게 확산시켰고, 그로 인해 기존 질서는 흔들렸다. 인쇄술은 검열과 통제를 불러왔지만, 동시에 종교개혁과 계몽주의, 과학혁명의 밑거름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18세기 산업혁명기에는 기계화가 노동의 종말이라는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러다이트 운동은 기계에 일자리를 빼앗긴 노동자들의 저항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기계는 인간을 반복적이고 고된 육체노동에서 해방시켰고, 인간은 더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활동으로 이행할 수 있었다. 각 도구는 등장 당시마다 위기를 동반했지만, 인류는 결국 그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AI는 누가 통제하는가: 의존성과 사고력 사이의 균형
칼 슈미트의 “주권자는 예외상태를 결정하는 자”라는 말은 AI 시대에도 유효하다. AI는 규범 없이 복제를 수행할 수 있지만, 기술이 아닌 인간이 주권자여야 한다. 법과 윤리는 AI가 아니라 인간이 결정해야 한다. 기술은 가능성의 구조물일 뿐이다.
AI는 인지적 편의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자기 효능감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은 사고의 퇴화를 초래할 수 있다. AI가 제공하는 정답에 안주하기보다, 그 정답을 비판적으로 되짚는 연습이 필요하다.
AI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세 가지 전략
AI는 정답을 빠르게 제공하는 데 탁월하지만, 진정한 학습과 사고는 그 정답이 아닌 질문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 생성형 AI가 제시하는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는 대신, 우리는 그것이 어떻게 도출되었는지를 역추적하고, 그 과정을 통해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내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는 AI를 정보 제공자가 아닌 사고 촉진자로 활용하는 방식이며, 인간의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성을 유지하는 핵심적인 태도다.
반복적이고 형식화된 작업은 AI에게 맡기고, 인간은 해석과 통찰을 위한 여유를 확보해야 한다. 텍스트 요약, 일정 정리, 데이터 정규화 같은 작업은 기계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통해 도출된 정보에 의미를 부여하고, 맥락을 연결하며, 새로운 가치와 방향을 설정하는 일은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다. 결국, AI는 시간을 벌어주는 도구일 뿐, 판단과 책임은 인간이 지는 구조여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툴 사용법을 넘는 AI 리터러시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머물지 않고, AI가 작동하는 원리, 데이터 편향, 윤리적 책임까지 포괄해야 한다. 특히 사회 전반의 AI 활용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비전문가라도 기술의 기본 구조와 위험성을 이해하고 자신의 판단력으로 AI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결국, AI를 올바르게 쓰기 위한 전제는 도구에 대한 이해이며, 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조건이다.
인간은 도구를 선택할 수 있는 존재다
기술은 언제나 도구였다. 인류의 발전은 돌도끼에서 농기구, 인쇄기, 증기기관, 컴퓨터를 거쳐 지금의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도구와 함께 이루어져 왔다. 각각의 도구는 인류에게 새로운 능력을 부여했으며, 동시에 새로운 과제를 안겨주었다. 그러나 역사가 말해주는 것은 하나다. 문제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결정하는 인간의 의지에 있다는 사실이다.
AI 역시 예외는 아니다. 우리는 지금 AI라는 전례 없는 강력한 도구를 손에 쥐고 있으며, 그것이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는 우리의 선택과 태도에 달려 있다. AI는 반복 작업을 대신하고 인간의 능력을 증폭시키며 창의적 사고에 집중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혀줄 수 있다. 동시에, 그 사용 방식에 따라 인간의 사고력을 약화시키고 사회적 불균형을 심화시킬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가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사회적 원칙과 가치를 기반으로 설계할 것인가이다. 도구의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강력한 교훈은 이것이다 - 위기인가 기회인가는 언제나 인간의 선택에 달려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