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법률 서비스: AI 변호사 구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파기환송심 무기한 연기와 관련된 헌법 제84조 해석 논란을 계기로, AI와 결합된 법률 서비스의 미래를 조명해본다. LegalZoom과 Perplexity의 협업은 한국에도 의미 있는 시사점을 던진다. 과연 AI 변호사는 등장할 것인가? 언제쯤? 얼마에? 어느 정도로?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이 무기한 연기됐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6월 18일 예정된 공판을 취소하며, 헌법 제84조를 그 근거로 제시했다. 민주진영은 이를 환영했으며, 반대 세력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결국 쟁점은 헌법 제84조 해석에 있다. 조항은 ‘대통령은 내란이나 외환죄가 아니면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여기서 ‘소추’의 시점과 적용 범위를 두고, 학계와 정치권의 입장은 엇갈린다.
나는 이 조항의 본래 취지가 대통령이 직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 있다고 본다. 따라서 대통령 취임 이전에 시작된 재판이라 하더라도, 임기 중에는 중단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판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임기 후 재개할 수 있는 만큼 헌법 정신에도 부합한다.
이처럼 법률 해석의 모호함은 반복적으로 논란을 낳는다. 그럴 때마다, 객관적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기술 기반 서비스의 가능성을 떠올리게 된다. AI 기반 법률 해석 도구가 있다면, 이런 논쟁의 초점을 조금은 선명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법률 서비스 접근성의 새로운 전환점
2025년 6월 4일, 온라인 법률 서비스 플랫폼 LegalZoom과 AI 기반 검색 엔진 Perplexity가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이는 법률 서비스 제공업체와 주요 생성형 AI 플랫폼 간의 첫 번째 협력 사례로, 일반인들이 법률 정보에 접근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비즈니스 제휴를 넘어서, 법률 서비스의 민주화와 AI 기술의 실용적 활용이라는 두 가지 트렌드가 만나는 지점이다. 매주 1억 5천만 개 이상의 질문을 처리하는 Perplexity의 AI 플랫폼에 25년간 축적된 LegalZoom의 법률 서비스 노하우가 결합되면서, 일반인들도 언제든지 신뢰할 수 있는 법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전통적 법률 서비스의 한계와 새로운 가능성
법률 서비스는 높은 비용과 복잡한 절차로 인해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변호사 사무실을 방문하여 상담을 받기 위해서는 사전 예약이 필요하고, 시간당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에 이르는 상담료를 지불해야 했다. 이러한 진입 장벽은 특히 소규모 사업자나 일반 시민들이 법적 문제에 직면했을 때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LegalZoom의 Kathy Tsitovich 최고 기업개발 및 파트너십 책임자는 “사람들이 답을 찾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일찍 인식했고, 고객의 필요 지점에서 만나는 전략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법률 서비스 업계가 고객 중심의 접근 방식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예방적 법률 서비스로의 전환
이번 협력의 가장 중요한 의미 중 하나는 법률 서비스가 사후 대응적 성격에서 예방적 성격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법적 문제가 발생한 후에야 전문가의 도움을 구했다면, 이제는 일상적인 궁금증이나 사업 계획 단계에서부터 법률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
Perplexity Pro 구독자들은 회사 설립, 계약 검토, 채용 지원, 규정 준수 지침 등 다양한 법률 서비스에 대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경험 있는 변호사와 무제한 30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이는 법률 상담이 특별한 경우에만 이용하는 서비스에서 일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도구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식 민주화와 정보 평등성
이번 협력은 법률 지식이 특정 전문가 집단의 전유물에서 모든 사람이 접근 가능한 공공재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AI 기술을 통해 복잡한 법률 용어와 개념을 일반인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번역하고 설명할 수 있게 되면서 법률 지식에 쉽게 접근하게 됐다. 이는 정보의 민주화를 통한 사회적 불평등 해소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번 협력 모델에서 주목할 점은 AI가 인간 전문가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관계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법률 정보 제공과 초기 상담은 AI가 담당하고, 복잡한 법적 판단이나 개별 사안에 대한 전문적 조언은 인간 변호사가 제공하는 역할 분담 구조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기술과 인간 지혜의 융합을 통해 더 효율적이고 접근 가능한 서비스 모델을 창출한다. AI의 빠른 정보 처리 능력과 인간의 맥락적 이해 및 윤리적 판단 능력이 결합되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경제 활동과 시민 권리의 강화
이번 협력이 가져올 가장 직접적인 사회적 효과는 소규모 사업자와 일반 개인의 법적 역량 강화이다.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사업자들은 사업자 등록, 라이선스 취득, 계약서 작성 등에 필요한 법률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
LegalZoom이 제공하는 사업 라이선스 서비스를 통해 필요한 허가증을 식별하고, 회계 소프트웨어 무료 체험 옵션을 활용할 수 있어 창업 초기의 법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이는 경제 활동 참여 장벽을 낮추고 사회적 이동성 증대에 기여할 수 있다.
정보 격차 해소와 사회적 포용성 증진
지역적, 경제적 제약으로 인해 법률 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계층들이 24시간 언제든지 이용 가능한 법률 정보 서비스를 통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도시와 농촌,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의 법률 서비스 접근성 격차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또한 법률 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통해 사회적 신뢰가 구축되고, 법적 절차와 권리에 대한 이해가 증진되어 시민 의식 향상과 법치주의 문화 확산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인에게 미칠 영향과 전망
현재 한국인들이 이 서비스로부터 받을 수 있는 직접적 혜택은 제한적이다. Perplexity Pro 구독자 중 영어 능력이 있는 사용자들은 LegalZoom의 할인 혜택을 이용할 수 있지만, 서비스가 영어 기반으로 제공되고 미국 법률 체계에 특화되어 있어 한국어 사용자들에게는 접근성이 제한적이다.
하지만 간접적으로는 중요한 학습 효과를 얻을 수 있다. AI와 법률 서비스 결합 모델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축적할 수 있으며, 향후 한국형 서비스 개발 시 참고할 수 있는 벤치마킹 사례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법률 서비스 디지털화에 대한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형 서비스 도입 전망
단기적으로는 1-2년 내에 한국어 지원 AI 법률 서비스의 등장이 예상된다. 기존 한국 법률 서비스 업체들이 AI 도입을 가속화하고, 정부 차원에서도 법률 서비스 디지털화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중기적으로는 3-5년 내에 한국형 AI 법률 플랫폼이 본격적으로 출현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대한변호사협회 등 관련 기관과의 협력을 통한 공식적 서비스 개발과, 스타트업과 기존 법률 서비스 업체 간의 협력 모델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장기적으로는 5-10년 내에 완전한 한국어 기반 AI 법률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다. 개인 맞춤형 법률 서비스가 일반화되고, 법률 교육과 시민 법률 의식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한국적 특성을 반영한 서비스 모델
한국 시장에 도입될 AI 법률 서비스는 문화적, 사회적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 집단주의 문화를 고려한 가족, 공동체 중심의 법률 서비스, 높은 교육열을 활용한 법률 교육 콘텐츠 강화, 빠른 기술 수용성을 활용한 모바일 우선 서비스 설계 등이 필요하다.
특히 카카오톡, 네이버 등 기존 플랫폼과의 연동, 부동산, 상속, 이혼 등 한국인의 주요 법률 관심사에 특화된 서비스, 정부 정책과 법령 변화에 대한 실시간 업데이트 서비스 등이 한국형 AI 법률 서비스의 핵심 특징이 될 수 있다.
법률 서비스의 새로운 시대
LegalZoom과 Perplexity의 협력은 법률 서비스 업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혁신을 넘어서, 법률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민주화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모델이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변화의 물결이 곧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률 서비스 비용 절감을 통한 서민층의 법적 권리 보호 강화, 소상공인과 1인 기업의 법적 리스크 관리 능력 향상, 법률 분쟁 예방을 통한 사회적 비용 절감 등의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전문 변호사의 역할과 AI 서비스의 경계 설정, 개인정보 보호와 법률 상담의 기밀성 보장, 잘못된 법률 정보 제공으로 인한 피해 방지 체계 구축 등의 과제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
이번 협력 사례는 AI 기술이 전문 서비스 영역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선례가 되었다. 앞으로 의료, 교육, 금융 등 다른 전문 서비스 분야에서도 유사한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우리 사회 전반의 서비스 접근성과 품질 향상에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