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픽, AI 경제 영향 대응 위한 '경제 미래 프로그램' 발표

AI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체계적 대응이 시작됐다. Anthropic은 연구 보조금, 정책 심포지엄, 경제 데이터 구축이라는 3가지 축으로 구성된 ‘경제 미래 프로그램’을 통해 AI 시대의 경제 전환에 대비한다.

엔트로픽, AI 경제 영향 대응 위한 '경제 미래 프로그램' 발표

2025년 6월 27일, AI 안전성 연구의 선두주자인 엔트로픽(Anthropic)이 AI의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응하기 위한 '경제 미래 프로그램(Economic Futures Program)'을 공식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은 최대 5만 달러의 연구 보조금 지원, 정책 개발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 개최, 그리고 AI 경제 영향 추적을 위한 데이터셋 구축이라는 3가지 핵심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엔트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가 예측한 '향후 5년 내 화이트칼라 직업 절반 소멸' 시나리오에 대한 구체적 대응책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AI 일자리 위기에 대한 선제적 대응

엔트로픽의 이번 발표는 AI 기술 발전이 가져올 경제적 충격에 대한 업계 최초의 체계적 대응 방안이다.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지난 5월 AI가 초급 화이트칼라 직업의 절반을 없애고 실업률을 2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러한 예측을 바탕으로 엔트로픽은 단순히 기술 개발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사회에 미칠 영향을 미리 연구하고 대비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기술 업계에서는 이미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여러 기술 기업들이 초급 직책에 대한 대학 졸업생 채용을 줄이고 있으며, 일상적인 업무들이 AI 시스템으로 이관되고 있는 상황이다. 엔트로픽은 이러한 변화가 본격화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한 것이다.

3가지 핵심 기둥으로 구성된 종합 대응 체계

경제 미래 프로그램은 연구 지원, 정책 개발, 데이터 구축이라는 3가지 핵심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핵심인 연구 보조금 부문에서는 AI가 노동, 생산성, 가치 창출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연구자들에게 최대 5만 달러의 신속 보조금을 제공한다. 이 보조금은 수시로 접수받으며, 첫 번째 수상자는 8월 중순에 발표될 예정이다.

두 번째 핵심인 증거 기반 정책 개발을 위해서는 연구자, 정책 입안자, 실무자들이 참여하는 포럼을 구성한다. 특히 2025년 가을 워싱턴 D.C.와 유럽에서 개최될 심포지엄에서는 AI의 경제적 영향에 대비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정책 제안들이 논의될 예정이다. 정책 제안서 마감은 7월 25일이다.

이 계획의 세 번째 핵심은 AI가 실제 경제에 얼마나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숫자와 데이터로 보여주는 일이다. 엔트로픽 경제 지수를 확장해 사람들이 AI를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AI가 일자리나 산업, 생산성 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추적할 수 있는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기적으로 공개 보고서나 연구 결과를 발표해 정부, 기업, 연구자들이 AI의 경제적 영향력을 이해하고 대응하도록 지원한다.

투명성과 개방성을 통한 차별화 전략

엔트로픽의 접근법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투명성과 개방성이다. 대부분의 AI 기업들이 자사의 데이터를 기업 내부에 보관하는 것과 달리 엔트로픽은 집계되고 익명화된 데이터를 오픈소스로 제공하고 있다. 이미 2월에 출시된 엔트로픽 경제 지수는 Claude.ai 사용자들의 수백만 건 대화를 프라이버시 민감 분석 기법으로 분석하여 미국 노동부 직업 카테고리별 AI 사용 현황을 추적하고 있다.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면 학계와 정책 입안자들이 AI의 경제적 영향을 객관적으로 연구할 수 있다. 실제로 엔트로픽 경제 지수의 첫 번째 결과에 따르면, 전체 직업의 4%가 업무의 75% 이상에서 AI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AI가 특정 직업군에서 이미 핵심적인 도구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경쟁사와의 차별화된 접근 방식

엔트로픽의 이번 발표는 경쟁사인 OpenAI의 접근 방식과 뚜렷한 대조를 보인다. OpenAI가 1월에 발표한 '경제 청사진'은 AI 도구 채택 지원, AI 인프라 구축, 'AI 경제 구역' 설립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Stargate 프로젝트를 통한 건설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엔트로픽은 AI로 인한 실직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며, 부정적 영향과 긍정적 영향을 모두 고려하는 균형잡힌 접근을 취하고 있다.

엔트로픽의 정책 프로그램 및 파트너십 책임자인 사라 헥은 "모든 사람들이 AI의 경제적 영향에 대해 질문하고 있으며, 이러한 대화를 증거에 기반하여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리 정해진 결과나 견해 없이 실제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엔트로픽의 철학을 보여준다.

미래를 위한 장기적 비전과 사회적 책임

엔트로픽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AI 기업의 새로운 사회적 책임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단순히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것을 넘어서, 그 기술이 사회에 미칠 영향을 미리 연구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는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사회의 적응 속도를 앞지르고 있는 현 상황에서 매우 중요한 접근이다.

엔트로픽은 "AI에 대한 사회의 대응은 미리 정해진 것이 아니며, 오늘날 AI를 어떻게 개발하고 배포하며 거버넌스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이 장기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관점에서 경제 미래 프로그램은 연구 및 정책 커뮤니티를 지원하여 AI가 가져올 도전과 기회에 대응하겠다는 엔트로픽의 의지를 보여준다.

앞으로 엔트로픽의 이러한 선제적 접근이 다른 AI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업계 전체가 기술 발전과 함께 사회적 영향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기대한다. AI 시대의 경제적 전환을 준비하는 엔트로픽의 노력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